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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park Jieun

2023 독립영화 쇼케이스 기획전: 한 팔로 포옹하기





✏️기획글 ✏️

“부러졌다가 붙은 다리뼈” 문화인류학자 마거렛 미드는 “인류 문명의 첫 징조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학생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돌본 흔적에서 문명의 기원을 찾은 것입니다. 공동체가 생기고, 사회가 발생하고, 문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하지만 문명의 발전은 ‘돌봄’이라는 단어를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밀어냈습니다. 발전, 기술, 속도, 규모, 돌봄은 이와 같은 단어들과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었습니다. 저출생이라는 사회문제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돌봄이라는 단어가 뒤늦게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행정, 정치, 복지, 인권의 영역에서 돌봄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재난은 사회가 한쪽으로 미뤄두던 개념을 가시화했습니다. 영국의 학술단체 더 케어 컬렉티브(The Care Collective)는 저서 『돌봄 선언』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돌봄’은 사회적 역량이자, 복지와 번영하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살피는 사회적 활동이다. 무엇보다도 돌봄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우리의 상호의존성을 인지하고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돌봄은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이나 요양병원, 혹은 학교와 같은 기관의 문제 바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세계를 둘러싼 무수한 문제 앞에서, 우리는 삶을 지속하기 위해 서로에게 서로의 돌봄이 필요함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2023 독립영화 쇼케이스 기획위원회가 주관하고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서울시, 서울영상위원회가 주최하며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한국영상자료원이 후원하는 2023 독립영화 쇼케이스 기획전은 “한 팔로 포옹하기”라는 제목으로 돌봄에 관한 여섯 편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합니다. 한 팔로 카메라를 든 채 상대방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라는 행위는 돌봄과 닮아있습니다. 한국어 ‘돌보다’는 ‘돌다’와 ‘보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돌아봐야’합니다. 다큐멘터리는 대상으로 시선을 돌려 바라보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살피고 기다리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적 행위는 곧 돌봄에 동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홈그라운드>는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의 사장 윤김명우의 삶을 따라가며 퀴어 공동체 내에 존재하는 대안적 돌봄의 형태를 담아냅니다. <두 사람>은 파독 간호사로 젊은 시절을 보낸 노년의 레즈비언 부부가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합니다. <1포 10kg 100개의 생애>는 치매 환자인 아버지의 현재를 영화적으로 돌보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엇나간 방식의 돌봄으로 인해 틀어진 모녀가 다시금 대면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다섯 번째 방>은 수년간 가족 내에서 돌봄노동을 수행했던 어머니가 마침내 자기-돌봄을 실천하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돌아서 제자리로>는 학교라는 제도 바깥에서 청소년 돌봄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보여줍니다. 여섯 편의 영화는 가족, 제도, 자본이 수용하지 못한 이들을 한 팔로 포옹하려 시도합니다. 기획전을 준비하며 카메라에 담긴 이들뿐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있던 각 영화의 감독 또한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서 변화했음을 느꼈습니다. 각 영화가 담아낸 상황은 다르지만, 각자 그 속에서 발견한 “부러졌다가 붙은 다리뼈”를 기록합니다. 그 발견의 순간을 함께할 분들을 극장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상영 시간표 ⏰

🎬 8월 17일(목)

15:00 권아람 <홈그라운드> | 관객과의 대화 권아름 감독 + 모더레이터 이연숙 평론가 19:00 황지은 <돌아서 제자리로> | 관객과의 대화 황지은 감독, 출연자 공영배·전서희 + 모더레이터 임종우 평론가

🎬 8월 18일(금)

15:00 전찬영 <다섯 번째 방> | 관객과의 대화 전찬영 감독 + 모더레이터 한태의 감독 19:00 반박지은 <두 사람> | 관객과의 대화 반박지은 감독 + 모더레이터 손시내 평론가 *온라인 GV

🎬 8월 19일(토)

13:00 조기현 <1포 10kg 100개의 생애> | 관객과의 대화 조기현 감독 + 모더레이터 박동수 평론가 17:00 김보람 <두 사람을 위한 식탁> | 관객과의 대화 김보람 감독 + 모더레이터 김선명 평론가



<두 사람> 반박지은 𝟮𝟬𝟮𝟯년 𝟴월 𝟭𝟴일(금) 𝟭𝟵:𝟬𝟬,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𝗞𝗢𝗙𝗔 𝟮관 *관객과의 대화: 반박지은 감독 초청, 손시내 평론가 진행 (온라인 GV)

한 팔로 포옹하기의 네 번째 포옹! 반박지은 감독님의 <두 사람>을 상영합니다.


𝙎𝙮𝙣𝙤𝙥𝙨𝙞𝙨 36년 전, 수현은 재독여신도회수련회에서 인선을 처음 만나 꽃을 선물한다. 당시 기혼자였던 인선은 남편의 협박과 한인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찾아 수현을 선택한다. 20대 때 언어도 통하지 않던 낯선 나라인 독일에 와서 간호사로 일했던 둘은 어느새 70대가 되었다. 베를린에서 같이 사는 두 사람은 30년 동안 인생의 동고동락을 함께 했다. 수현과 인선은 자신들과 같은 이방인을 위해 연대하고, 서로를 돌본다. 경계를 넘어온 둘의 사랑 이야기, 두 사람.


𝘿𝙞𝙧𝙚𝙘𝙩𝙤𝙧'𝙨 𝙉𝙤𝙩𝙚 -노년의 레즈비언 가시화 2007년 한국 정부에서는 성적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 했으나 기독교 세력의 강력한 반대로 좌절된다. 이후 보수 기독교 세력의 조직적인 활동으로 2021년 현재까지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퀴어문화축제 옆에서는 매년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린다. 한국에서는 특히나 나이 든 레즈비언이 비가시화되어있다.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으니, 없는 존재처럼 ‘존재’가 지워진다. 마치 독일의 꽃집, 식당, 아시아 슈퍼에서 볼 수 있는 동양인이 미디어에는 드물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둘은 독일에서 산 세월이 한국에서 산 세월의 배가 넘지만, 여전히 이방인으로 취급받는다.


-소수자에게 내미는 연대의 영화 이 영화는 그렇기 때문에 레즈비언과 다른 주변화된 사람들과 나란히 서서 세상과 마주하는 영화다.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롤 모델이 없고, 나이 든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10대부터 30대에겐 이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고, 40대부터 80대에겐 지금도 당신 같은 사람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우리 여기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인생은 책을 덮듯이 갑자기 뚝 끊어지는 게 아니라 일기를 쓰고, 페이지를 넘기듯이 하루하루 넘기며 그렇게 계속된다고.


* 관람 신청: https://forms.gle/cp3N5yNEyB2mdKCB9 * 상영작 정보 자세히 확인하기 https://kifv.org/593


▪️ 관람을 희망하시는 분은 신청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작품 당 1인 1매로 선착순 마감이며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마감시 신청서 링크가 닫힙니다.


📽 상영관

▪️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2관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 한국영상자료원)

🎫 티켓 수령

▪️ 한국영상자료원 상영관 앞에서 신청자 성함 확인 후 티켓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 티켓 배부는 상영 시작 45분 전부터 진행됩니다. *본 상영은 티켓을 소지한 관객에 한해 입장할 수 있습니다.

📹 영화 상영

▪️ 독립영화 쇼케이스는 광고 없이 정시 시작합니다. 상영 시간에 맞춰 여유 있게 입장 및 관람 부탁드립니다.

▪️ 음식물 반입은 불가하며, 음료 섭취도 가급적 자제해 주세요.

▪️ 지정된 좌석만 이용해 주세요. 🙇🏻‍♀️ 관객 협조 안내 독립영화 쇼케이스는 독립영화 제작 및 배급 활성화를 목적으로 무료 상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쇼케이스 신청 후 참석이 어려운 경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indies@kifv.org)으로 사전에 연락 바랍니다. 더 많은 관객분들의 독립영화 관람 기회를 위해 신중히 생각 후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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